내가 처음 집사 노릇을 하기 전 나름대로 고양이에 관해서 공부를 많이 하고 데려왔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건 아주 큰 착각이었다.

캣타워와 화장실 그리고 사료까지는 모든 것이 완벽했다.

딱 3가지만 빼고.

털, 질병, 잠


 

 그 당시 유튜브는 활성화가 되어있지 않아서 나는 웹툰이나 주위 사람들을 보면서 고양이를 키우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내가 항상 즐겨 보던 웹툰에서는 고양이의 털이 생각보다 많이 빠진다는 정도의 정보가 있었지만 작가분이 키우던 고양이는 품종묘였고 나는 '품종묘만 저 정도로 빠지는 거겠지'라는 정말 바보 같은 생각을 했다.

그리고 봄이를 데려고 오고 나서 나는 곧바로 깨달을 수 있었다.

'아 내가 잘못 생각해도 한참 잘못 생각했구나'

코리안 숏헤어와 롱 헤어의 중간이었던 봄이는 옛날의 나를 놀리듯 정말 엄청난 털을 뿜고 다녔고 내 옷은 항상 털로 덮여있었다.

고양이를 데려오기 전 검은색 옷과 코트는 정말 잘 입고 다녔는데, 데려오고 난 후 검정색 옷과 코트를 입을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다.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고양이 털이 어느 정도로 많이 빠지는지 게시글을 올려볼 생각입니다.)

 


 

털 문제야 뭐 어떻게 하겠나, 그냥 너무 안일하게 생각했던 나를 탓하면서 비염약을 열심히 챙겨 먹으면서 살아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주말이었는데 봄이의 상태가 이상했다. 잘 먹고 잘 놀던 봄이가 갑자기 밥도 잘 먹지 않고 바닥에 누워서 숨을 가쁘게 몰아 쉬고 있었다. 그 상태를 보고 놀란 나는 아버지와 함께 택시를 타고 곧바로 24시 병원으로 향했고 검사 결과 봄이의 폐에는 물이 가득 차 있는 상태였다.

 의사 선생님은 나에게 조금만 더 늦었어도 봄이는 죽었을 거라고 말했고 나는 그 자리에서 울어 버렸다. 봄이를 데리고 온 지 약 3개월 만에 있었던 일이었다. 의사 선생님은 고양이는 야생의 습성이 아직 남아 있어서 몸이 아파도 적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서 감춘다고 말했다. 그래서 고양이는 항상 잘 지켜봐야 하는 동물이라고 선생님께서는 말씀하셨고 나는 또 한 번 고양이는 강아지보다 더 키우기 쉬울 거야 라고 안일하게 생각했던 것을 반성했다. 다행히 봄이는 심각한 질병은 아니었고 치료도 빨리 받아서 지금 아주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다.

이처럼 고양이는 병이 생겨도 잘 티를 내지 않기 때문에 집사들이 좀 더 신경 써서 관리를 해줘야 하고 스트레스에 강아지들보다 조금 더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스트레스받지 않도록 신경 써 줘야 한다.  그리고 아직 고양이를 키우기 전인 분들이 이 글을 읽고 계신다면 한 가지 더 전해드리고 싶다.

강아지도 그렇겠지만 내가 키우는 아이들은 건강할 거야, 아프지 않을 거야. 아파도 그냥 나중에 나이 들어서 아프겠지. 노후를 대비하자.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계실 것 같습니다. 저 또한 그랬으니까요. 하지만 내 생각대로 자식들이 커 주지 않는 것처럼 동물들도 똑같다고 생각합니다. 언제 갑작스럽게 증상이 나타날지 모르기 때문에 항상 이상 징후들이 있나 살펴봐야 하니 항상 신경이 곤두서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가끔씩 후회할 때가 있습니다. 조금 더 공부하고 조금 더 신중하게 생각해서 데려올 걸 하고요.

 

 


 

 

잠...

인간이 살아가면서 제일 중요한 건 수면의 질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으로서 정말 괜히 데리고 왔나 라고 후회했던 게 바로 잠 때문이었다.

밤 12시-3시까지가 제일 피크 타임이다.

바로 우다다 Time...

고양이를 키우기 전 그런 것도 공부를 안 하고 데리고 왔냐 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보통 새벽 1시나 2시쯤 잠드는 나로서는 깨어 있을 때 애들이 뛰어다니는 거니 그러려니 하고 넘길 수 있었다.

하지만 항상 새벽 4시나 새벽 5시쯤 밥을 달라고 깨우는 것 때문에 이 글을 쓰게 되었다.

강아지들은 사람과 생활 패턴이 똑같다면 고양이는 거의 반대라고 볼 수 있다.

본인들이 배가 고프면 잠을 자지 못하기 때문에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서 밥 달라고 문다.

이것도 냥바냥 이기는 하지만 우리 봄이는 일어날 때까지 문다. 정말 세게 문다.

얼굴에 부비부비 하는 걸로는 일어나지 않자 정말 너무하게도 팔을 물어뜯기 시작했다.

잠결에 일어나서 본 봄이의 얼굴은 정말 악마가 따로 없었다...

나이가 들면 괜찮겠지 라고 생각했지만 아니었다.

또 내 착각이었다. 여전히 일어나지 않으면 물어뜯는다.^^ (오늘 새벽에도 신나게 물리고 일어난 집사입니다.)

이것도 넷상으로는 찾아볼 수 없었던 정보였다.

숙면을 취하지 못하다 보니 편두통은 기본이고 항상 정신이 약간 몽롱한 상태이다 보니 커피를 끊을 수 없게 되었다.

주변 사람들은 일 끝나고 운동도 안 하고 아침에 푹 잘 텐데 뭐가 그렇게 피곤하냐고들 말한다.

(아무것도 모르면 제발 그 사람에 대해서 함부로 얘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럼 나는 이러한 상황들을 설명해준다.

사람들은 내 말을 듣고는 고양이가 그런 걸 모르고 데리고 왔냐 라고 말한다. 네, 모르고 데려왔습니다. 사람들도 사람마다 다 틀리듯이 냥이들도 냥이들 마다 다 틀리니까요.

 


 

이상으로 아직 반려묘를 데리고 오기 전인 분들에게 알려드리고 싶은 3가지였습니다.

아 그리고 하나 더 말씀드리자면 요새 유튜브나 SNS 상으로 고양이를 산책시키는 게 유행이라고 들었는데, 고양이는 산책을 하는 동물이 아닙니다. 영역을 중요시하는 동물이기 때문에 산책은 절. 대 안됩니다.

우리 고양이는 산책 잘만 하던데요 리드 줄 하고 나가면 괜찮지 않나요?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실 텐데 위에서 말씀드렸다시피 냥바냥이기 때문에 잘하는 고양이들도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과연 고양이들이 산책 나가는 걸 좋아할까요? 고양이가 창밖을 바라본다고 해서 나가고 싶어 하는 게 아닙니다. 그냥 TV를 보는 것과 똑같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산책을 나가고 싶으신 거라면 강아지를 입양하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고양이는 산책이 가능한 아이들이 아니니까요.

내 욕심을 채우자고 리드 줄 채워서 애들 데리고 나갔다가 잃어버리지 마시고 그냥 집에서 조금 더 놀아주고 생활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세요.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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